2025년 7월 1차 상법개정(이사 충실의무 확대)을 시작으로, 8월 2차 개정(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2026년 2월 3차 개정(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까지 연속 3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은 한국 기업지배구조를 '오너 중심주의'에서 '주주 중심주의'로 전환하는 구조적 대전환이다. 기업 오너와 소액주주, 투자자 모두에게 직결되는 이 변화의 핵심 내용과 의미를 정리해 본다.

대한민국 기업 판도를 바꿀 '3연타' 상법개정 - 주주는 왕이 되었는가?

"이사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 오랫동안 한국 상법의 기본 명제였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에 단 두 글자가 추가됐다. "그리고 주주를." 이 두 글자어가 재벌 중심 한국 자본시장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2025년부터 2026년에 걸쳐 쏟아진 1·2·3차 상법개정. 단순한 법 조문 수정이 아니다. 수십 년간 굳어진 한국식 기업 지배구조의 뼈대를 해체하고 새로 짜는 작업이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원인으로 지목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수술대에 올린 것이다. 진단은 분명하다. 대주주는 왕이고, 소액주주는 들러리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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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이다. 개정 전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충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만 규정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항상 같을까?

답은 명백히 '아니다'이다. 대주주가 자신의 그룹사와 불리한 합병을 강행하거나,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면서 회사 가치를 희생시킬 때, 이사는 그동안 법적 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방패를 들 수 있었다. '회사(경영진)'를 위한 일이었으니까. 이제는 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의무 선임 비율을 기존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로 확대했다. 이름 하나 바꿨다고 실질이 달라지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의 의도는 분명하다. '바깥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을 선임하라는 것이다. 전자주주총회는 대규모 상장사에 의무화되었으며, 실무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2차 개정 (2026.9.10 시행): "소수주주도 이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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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상법 개정은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집중투표제(cumulative voting)'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이사 3명을 뽑는 주주총회에서 1,000주를 가진 주주는 원래 후보마다 1,000표씩 행사한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총 3,000표(1,000주×3명)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다. 소수주주가 마음에 드는 이사 후보 1명에게 표를 집중해 당선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이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조항을 넣어 이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2차 개정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이를 의무화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대규모 상장회사와 자산총액 1천억원 이상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다.

3차 개정 (2026.2.25 본회의 통과): "자사주는 이제 금고 열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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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5일, 자기주식 소각 의무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 상장기업들이 수십 년간 대주주 지배력 강화의 도구로 활용해온 '자사주'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자사주는 그동안 재벌가의 비밀 금고 열쇠였다. 회사 돈으로 자기 주식을 사두면, 그 주식의 의결권은 어디로 갈까? 없어진다. 시장에 떠도는 주식이 줄어드니 대주주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교환사채 발행에 담보로 쓰거나 계열사 승계에 활용하기도 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막이 아니라, 자신의 주식 가치를 희석하는 도구로 작동한 셈이다.

3차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의 성격을 자본으로 명확히 하여, 자기주식에 아무런 권리가 없음을 명시하고, 자기주식을 담보로 한 교환사채 발행을 금지했다. 자기주식은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며, 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기존 자기주식도 소각 대상에 해당한다.

주목할 점은 상장기업뿐만 아니라 비상장법인도 예외 없이 의무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소기업, 가족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들도 자사주 보유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숨겨진 세무 이슈 (세무전략의 관점)

상법 개정은 세법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세무전략(절세전략) 수립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상장주식 평가 문제

이번 일련의 상법개정이 있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 상법과 회계기준은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보지 않았다. (자본의 감소, 권리없는 자본으로 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세법과 대법원은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보는 반 상법적 반 회계적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었다. (절대 비난하는 것 아님,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고 봄)

그런 이유로 인해, 세법에서는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자기주식 가치를 업(up)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이번 상법개정으로 인해 자기주식에 대한 법적 시각은 자산이 아닌 자본 감소 개념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상법이 강화되었다는 뜻)

따라서, 더 이상 자산성이 없으므로 법에 따라 소각이 의무화 된 자기주식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업승계나 상속·증여세 계산에서 비상장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세법의 개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고, 현장에서는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의제배당 문제

상법 시행 전부터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소각할 경우, 의제배당으로 추징될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취득가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주 입장에서 배당으로 의제되는 금액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아직 세법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향후 유권해석이 나와야 할 영역이다.

상법 시행 후에 취득하는 자기주식은 이제는 더 이상 소각목적인지, 보유(또는 매매)목적인지를 구분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소각목적 취득이 디폴트가 되는 것이고, 자기주식을 회사에 매각하는 주주들에 대한 의제배당 문제가 당연한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보고 자기주식 취득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가업승계세제상 업무무관자산 분류 문제

자기주식의 자산성이 부정되는 경우, 기업가치 대비 업무무관자산 비율 산정에서 분모 구성이 바뀌어 세제혜택 요건 충족 여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세법의 개정이 필요하게 되었고, 현장에서는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결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1차 개정(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2차 개정(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에 이어 3차 개정(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까지, 일련의 상법 개정은 한국 기업지배구조가 '주주 중심주의'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곡점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반대 측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사냥꾼들의 적대적 M&A를 늘리며, 종국에 기업 경영권을 약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주 보호가 지나치면 경영 효율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방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주총회 계절인 3·4월, 올해부터 기업 이사회와 대주주들은 전과는 다른 눈길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액주주들도 달라졌다. 법이 그들의 편이 되어주기 시작했으니까.

법이 바뀌면 세금도 바뀐다. 기업 오너라면 지금 당장 보유 중인 자사주 현황부터 점검하라. 그것이 이 '3연타' 상법개정 시대를 살아남는 첫 번째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