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세법은 이혼을 장려하고 있다!

"이게 뭔 헛소리야?"라고 생각되겠지만, 필자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심지어 이혼은 효과적인 절세전략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우리 세법은 이혼을 조장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세법 정책들을 “세법의 이혼장려정책”이라 부른다.

오늘은 우리 세법의 이혼 장려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세법, 과연 이대로 둬도 괜찮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2. 먼저, 유명한 증여세 이야기부터

“2024년 5월 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고 위자료 20억원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기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노 관장이 최 회장으로부터 최종적으로 1조원 넘는 재산을 받게 된다면, 노 관장은 증여세를 얼마나 내야 할까?

정답은: “한 푼도 안 낸다” 이다.

‘그렇게나 많이 받았는데, 증여세가 없어?’ 라고 생각되겠지만, 맞다. 이 점은 지극히 합법적이고, 심지어 헌법에도 부합하는 팩트이다.

그런데 만약, 이 두 사람이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금액의 재산을 주고 받으면, 증여세는 얼마나 될까? 약 6,783억 정도 된다.

똑 같은 재산이 왔다갔다 하더라도, 이혼을 하면 세금이 없고, 가정을 지키면서 화목하게 잘 살고 있으면, 세금이 6,783억이나 나온다다.

3.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의 사례

최회장, 노관장, 1조, 몇천억..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딴 세상 사람들만의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세상에서도 세금 때문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노부부가 있었다

이 분들은 남편 명의로 재산이 30억쯤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살아있을 때 아내에게 재산의 반을 미리 줘야하는 말 못할 집안 사정이 있었다. 이런 사정이 대체 뭐가 있겠냐 싶겠지만, 놀랍게도 실제 이런 일은 가끔씩 보게 된다. (자식이 개차반이면, 이런 사정이 생기기도 함)

이 노부부의 경우, 남편이 아내에게 혼인 상태에서 15억을 주면, 증여세가 2억 정도 나온다. 결국, 아내에게 가는 재산은 13억.

13억도 적지는 않지만, 세금 2억도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런데, 이 노부부가 이혼을 하고 15억 재산분할로 주면, 증여세는 한푼도 없다.아내가 15억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재산이 부동산이면 취득세는 내야 한다. 하지만, 취득세도 혼인 상태에서 주는 것 보다, 이혼해서 주는 쪽이 훨씬 더 적다.

40년 이상 행복하게 잘 살았던 이 노부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늙은 나이에 이혼을 하고 서로 떨어져서 살면서, 낮에만 가끔씩 만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위장이혼이 발각되면 세금 폭탄을 맞기 때문에, 조심조심 숨죽여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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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혼에는 왜 증여세가 없나?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헌법 제36조 1항의 혼인과 가족생활의 안정 그리고 부부간 양성평등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보장해야하는 국가의 의무 때문이다.

헌법 제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돈은 남편만 벌고 아내는 가사·양육 등 소위 "내조"라고 불리는 역할을 했다면, 아주 먼(?) 옛날에는 그 집안의 돈은 모두 남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식으로 말했다가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딱 좋다. 남편이 돈버는 것 못지 않게, 아내가 하는 역할의 가치가 한 가정의 재산 형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지금 이 시대의 공감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공감을 천명한 것이 우리 헌법 36조다.

그래서, 우리 법원과 국세청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기초로 이혼재산분할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세부적인 논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큰 골격은 다음과 같다.

“혼인과 가족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한다 → 한 가정의 재산은 부부가 함께 이룩한 공동 재산이다 → 이혼하면서 재산분할을 하는 행위는, 각자가 자신의 재산을 찾아가는 행위이다 → 즉, 증여행위가 이니다 → 따라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

5. 부부간 양성평등, 힘들게 성취한 역사의 산물

부부간 양성평등은 처음부터 우리 헌법에 있던 개념은 아니었다.

혼인에 대한 우리 헌법의 변천

1980년 이전 헌법: 모든 국민은 혼인의 순결과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1980.10 개정: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1988.2 개정~ 현재: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1980년 이전의 우리 헌법에는 “양성평등”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 대신 “순결”이라는, 지금 보면 좀 뜨악하는, 개념이 들어있었다.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 주시길 부탁한다.

1) 양성평등이 처음부터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2)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양성평등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노력의 결과물이었다는 점
3) “국가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안정과 양성평등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고있다는 점

6. 부부간에 재산을 나눌 때는, 이혼부터 하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우리 세법이 국민들에게 던지는 가이드라인은 “이혼하면 세금 싸게 해 줄께, 하지만 부부간에 화목하게 잘 살고 있으면 안돼”이다.

“세법에 그런 말이 어디 있냐?”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세법에는 그런 말이 없다. 하지만, 말하지 않고도 강요할 수 있는 놈이 더 무서운 법이다.

7.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세법은 곳곳에서 국민들의 이혼을 조장하고 있다.

(1) 증여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부부간에는 10년 동안 6억원까지만 증여세가 없다. 6억원을 초과하면 10%에서 50%의 증여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이혼을 하면, 증여세는 0원 이다.

이혼 할 때에는 부부가 함께 기여한 재산을 각자가 찾아가는 것이라고 보아, 세금을 안 때린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면서 화목하게 살고 있을 때에는 부부가 함께 기여한 재산이 아니라고 보는 것인지, 세금을 왕창 때리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2) 재산 이전에 따른 취득세

이혼하면서 재산분할로 부동산을 주고받으면 취득세, 교육세, 농특세 등을 합쳐서 2.2% 정도가 된다. 하지만, 화목하게 잘 사는 부부끼리 부동산을 주고받으면 주택수, 면적, 소재 지역에 따라 3.8%~13.4%까지 세금이 나온다.

앞의 사례에서 언급한 노부부의 경우, 혼인을 유지하는 것과 이혼하는 것 사이에 (i) 증여세도 2억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ii) 취득세도 주택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1억 5천만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15억을 아내의 명의로 해야 하는데, 이혼과 혼인 유지 사이에 세금이 3억 5천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이혼이 유리한 쪽으로.

당신이라면 어떤가?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수도 있지 않으신가?

(3) 주택 취득에 따른 취득세

다주택 부부가 신규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가 중과된다. 하지만, 이 부부가 이혼을 해서 재산분할을 적절하게 잘 하면,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주택가격에 따라 세금이 수억원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이다.

(4) 주택 양도소득세

드디어 살아난다는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도 있다. 이 제도가 다시 살아날 올해 5월 10일이 되면, 다주택 부부가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가 중과 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혼을 해서 재산분할을 잘 하면, 절세효과가 엄청나게 크다.

(5) 종합부동산세

다주택 부부가 이혼해서 재산분할을 적절히 잘 하면, 종합부동산세도 절감된다.

8. 세금을 적게 내려면, 이혼을 하라

우리 세법이 전방위적으로 국민들에게 던지는 절세 가이드라인이다. 그야말로, 매우 적극적인 국가의 이혼장려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법이 국민들에게 세제혜택을 줄 때에는, 반드시 정책적 목표가 있다. 연구개발을 장려한다거나, 투자를 촉진한다거나, 지방이전, 출산, 청년, 고용, 창업 등을 지원한다는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정을 지키면 엄청나게 불리하고, 이혼을 하면 엄청나게 유리해지는 현재의 우리 세법!! 그 정책적 목표는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

9. 이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국회나 정부가 이혼을 장려하려고 세법을 이렇게 만든 건 절대 아니다. 각각의 세법 조항마다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목표가 있다. 하지만, 엎어치나 매치나 “이혼이 유리하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 정책 목표가 다음에 제기하는 문제점들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현재의 우리 세법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우리 세법은 명백하게 가정을 지키는 부부보다는 이혼하는 부부를 더 응원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우리 세법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최고의 가치인 우리나라의 헌법 정신에 배치된다. 가족생활의 안정과 부부간 양성평등은 처음부터 있던 헌법 조항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수십년의 세월을 합의하고 투쟁해서 이룩해 낸 역사의 결과물이다.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위헌인 법률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 세법은 위헌적 요소가 분명 있다. 이혼하는 부부에게는 양성평등을 지켜주지만, 국가가 더 보호해야 할 혼인 중인 부부에게는 양성평등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점은 중대한 위헌이 아닐 수 없다.

넷째, 우리는 인구감소라는 국가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은 세계 인구는 2024년 81억 6천만 명에서 2072년 102억 2천만 명으로 증가하는 반면, 한국 인구는 2024년 5천 2백만 명에서 2072년 3천 6백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와중에 고령인구 비율은 19.2%에서 47.7%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한다. (2024.9.23 통계청 보도자료)

혼인과 가족은 인구문제의 근간이다. 혼인과 가족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가족과 부부생활의 안정을 지키는 일은 시대적 국가적 과제이다. 그런데, 우리 세법은 이혼이 혼인보다 훨씬 유리하게 되어 있고, 국민들에게 이혼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10. 맺음말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1) 부부간에는 “증여”라는 개념이 없어져야 한다.

공제 한도를 6억에서 10억 20억으로 올려주는 것은 바보짓이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부부간의 증여 한도를 늘여주는 것은 절세 도구만 더 크게 만들어 줄 뿐이다.

양성평등의 헌법 정신에 따라, 이혼할 때 부부의 공동 기여 재산으로 간주하여 증여세가 없듯이, 가정을 지키며 화목하게 잘 사는 부부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주어야 한다. 즉, 공동 기여한 재산에는 증여라는 개념이 들어갈 틈이 없고, 그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다.

특별한 정책 목표도 없이, 부부가 이혼하면 유리하고, 함께 살면 극도로 불리하게 되어 있는 우리 세법. 이혼할 때는 “양성평등”, 가정을 지키고 있으면 “난 모르겠다”라는 식의 우리 세법, 너무나도 반 헌법적이고 비 상식적이다.

(2) 다른 이혼장려 세법들도 이대로는 곤란하다.

부부간 증여를 제외한 다른 이혼장려 세법들의 정책 목표는 대부분이 “부동산시장 안정”이다. 물론, “부의 재분배”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잡다한 정책 세금들로 부가 재분배되는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또한, 애초에 부를 재분배하겠다고 이런 정책 세금들을 만들어 낸 것도 단연코 아니다. “해 놓고 보니 그런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더라”라는 결과론일 따름이다. 단순히 당장이 급하니까 부랴부랴 만든 것일 뿐이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간단하고 보여주기 편한 “세법”으로 어떻게 해 보려는 발상 또한 옳지 못하다. 세법만으로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다.

(3)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은, 어느 것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가치”인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vs
가족 생활의 안정과 양성평등을 국가가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우리 헌법 정신과 인구감소 문제라는 시대적 국가적 과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세법의 이혼장려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데 한표 던진다. 적어도, 이혼이 혼인보다 유리한 어처구니 없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져야 할 것이다.


당부의 말씀

우리 세법의 문제점을 어느 정권의 책임, 어느 당의 책임으로 우리끼리 싸우지 않았으면 한다. 이 문제는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하나같이 외면해 온 문제이지 어느 한 진영의 문제는 아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이대로 두어도 될지 바꾸어야 할 지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면 좋겠다.


CPA 신용승
aone@aone.co